) 시♡은의 일기
주일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생긴 일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시은세맘의 표정이 별로다.
언짢은 일이 있었나보다.
이제 얼굴만 봐도 대충 상태를 알수 있다.
같이 한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증거다.
그러고 보니 연애시절과 합치면 꽤 오랜 시간을 같이했다.
기분이 별로니 뭘 물어봐도 대충 대답을 한다.
그냥 받아주면 될 것을 나도 서서히 꼬기 시작한다.
무슨 꽈배기도 아니고....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서서히 영양가 없는 것으로 변한다. ㅋㅋㅋ
시은이는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고 은세는 마냥 돌아다닌다.
이제 시은이가 우리 말을 다 알아 들어서 좋은 대화만 하려고 애쓰는데 쉽지 않다.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마침 신호가 걸려 시은세맘에게 손을 내밀었다.
화해하자는 이야기다. 캬~ 멋진 남편...ㅋㅋㅋ
근데 시은세맘이 애써 외면한다.
시은이가 우리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
괜히 멋쩍어서 시은이에게 한마디 건넸다.
아빠 : "시은아, 만약에 네가 친구와 싸웠는데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
시은 : "손을 잡아주고 화해해야 되요"
"근데 아빠, 지금 엄마는 일단 마음이 상해있으니까 손을 잡을수 없는거예요."
아빠 : "시은아, 네 말이 맞긴 한데 그래도 일단 악수를 하고 대화를 하면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시은 : "그건 맞는데요. 마음이 상하면 말하기 싫을 거예요."
시은이가 평소 애늙은이 같은 말을 많이 하지만 우리의 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멍해졌다.
시은이와 계속 대화를 하다보니 꽤 깊이까지 갔다.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은세맘도 결국 웃음을 터트린다.
시은이와의 대화는 꽤 길어져서 '균형'이라는 주제에 까지 갔다.
지난 밤에 드렸던 가정예배 말씀 중에 균형이라는 것이 나왔었다.
시은이가 무조건 엄마편을 드는 경향이 있는데 공정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아빠편도 들어 달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성경 이야기로 이어졌다.
성경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하다보니 어느새 집까지 와버렸다.
시은이가 성경읽기를 하고 QT를 하고 성경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시은이가 Walking Bible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번에 시은이와 대화를 해보면서 느껴지는게 많았다.
일단 마음이 많이 컸다는게 느껴져서 대견했고
부모들이 아이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대화를 못 알아들을 것 같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다 이해 한다는 사실...
험담을 해서는 더더욱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부모되기 참 어렵다. ^^*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진지한 대화를 해보는 것, 참 중요한 일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