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은의 일기
어제 밤 교회를 갔다와서 아빠는 TV시청 중, 엄마는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시은이는 그림을 그리다가 책도 보다가 하더니 아빠 옆에서 스티커북을 뒤적뒤적...
그러다가 아빠한테 한마디 한다.
"아빠! 심심해."
"우리 공부하자"
시은이는 어느때부턴가 책을 읽는 수준이 되었다. 예전에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혼자 막 중얼거리더니
이제는 글자를 읽어낸다. 글자에 관심을 보이더니 빨리 늘었다.
아직 어려운 글자는 막히지만 상당한 진보다.
글자를 알아가니까 자기 나름대로 공부하는게 재미있나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책을 가져 오라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은이 하는게 은근히 웃겼다.
심심한데 왜 하필 공부를 해야 될까?
참 이상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기도 하고...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순간 '공부'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든, 잘 못했든... 공부라는 단어는 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교회에서 난 고등부 교사를 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얼굴에서 힘듬이 많이 느껴진다.
물론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의 학교 풍경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재미없는(?) 학교생활, 그리고 과외, 학원...
"놀토"주간 금요일, 새벽12시가 넘어서 과외를 가는 아이를 보았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전쟁터라고 해야 할까?
공부에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건 학생들만이 아니다. 요즘 부모들의 교육열은 극에 달했다.
어느 부모가 자녀 공부하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겠냐마는 지금의 환경은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영어 유치원을 보낸다고 한다.
얼마전 TV에서 영어공부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대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면 영어를 사용하는 부서는 실제로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취업원서에 어학연수 경험이 없거나 토익/토플 점수가 낮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이 현실이란다.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서는 이미 도를 넘었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치열한 틈바구니 속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대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형편이 되는 부모들은 그들 나름대로, 형편이 안되는 부모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시름시름 앓고 있다.
사실, 요즘 난 교회 교사로서 씁쓸함을 많이 느낀다.
교회 교육은 이미 힘을 잃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믿음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감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망설여 질 때가 참 많다.
아이들의 부모님에게는 교사로서 내 생각을 소신있게 이야기 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좀 조심스럽다.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는 부모님들 조차 지금의 현실을 너무 쉽게 인정하고 만다.
주일날 학교나 학원때문에 예배시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어떤 부모들은 말한다. 대학가면 신앙생활 열심히 할거라고...
과연 지금 열심히 안하는 사람이 대학가면 열심히 할까? 의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많은 선진들이 보여줬던 믿음의 저력, 복음 위해 목숨까지 바친 선교사님들의 순교,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수고하는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
이런 것들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공부에 대한 중압감이 예배의 감동보다 이미 앞서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
난 이런 시대 속에서 한 교회의 교사로 섬기고 있다.
뭘 할수 있을까? 자괴감에 빠질때도 있지만 진지한 고민과 지혜가 필요 할 것 같다.
요즘, 여러 기회를 통해서 홈스쿨링에 대한 생각이 더욱 뚜렷해져 간다.
하나님께서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많이 보여주시는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여전히 자신은 없다.
당장 시은이를 학교에 안보낸다고 하면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이런 상황속에서 한가지 뚜렷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 말씀 붙들고 아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
이것은 누구나 알고만 있는 이론이 아니다. 바로 실전이다.
옛날 대학부 시절 사랑방에 써놓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망해도 말씀대로 살아보자"
지금, 시은이 엄마랑 시은이랑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 보련다.
어제 시은이가 반응을 보였다.
내가 제일 못 따라갈지 모르겠다. ㅋㅋㅋ
지금은 홈스쿨링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지만 잘 준비되어져 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