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은의 일기
MB정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소통의 문제였다.
민심과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문제는 남아있다.
나와 큰딸 사이에도 소통의 문제가 발생했다.
오늘 여수집에 갔다왔다.
새벽에 도착해서,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엘 갔다.
병원 가는길에 차안에서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요즘 차타고 다니는 일이 많아서 네비게이션을 통해 시은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동영상을 틀어주면 너무 좋아한다.
여수시내로 향하던 중 시은이가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해서 틀어줬는데 문제가 생겼다.
시은이는 불만 섞인 말투로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시은 : "아빠, 그게 아니예요?"
동영상을 틀면 목록이 나오는데 그걸 가리키며
아빠 : "시은아, 뭐 볼건데? 제목을 말해봐? 이거?"
시은 : "아니, 세번째 '잠수함을 그려줘' 틀어주란 말이에요"
세번째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빠 : "그래, '잠수함을 그려줘' 지금 나오고 있잖아?"
시은이는 서서히 울먹이기 시작했다.
시은 : "아니, 아까 할머니 병원갔을 때 틀어준거 있잖아"
아빠 : "그래 맞잖아. '잠수함을 그려줘' 지금 나오고 있잖아"
시은 : "아니 세번째 있는거...."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빠 : "그럼 제목을 말해봐"
시은이도 짜증이 나는지 더 강렬하게 울먹이며
시은 : "세번째 '잠수함을 그려줘 말이야'..."
너무 화가 나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이 오는 것 같긴 한데...
그러나 내성질에 못이겨 엉덩이를 때려주고 말았다.
내 성질머리도 참 거시기하다. -_-
아빠 : "아빠가 틀렸으면 말로 하라고 그랬지. 짜증내면서 그러면 혼나다고 했지?"
더 크게 울먹이며
시은 : "아까 할머니 병원에 갔을때 틀어준거... 세번째... 잠수함을 그려줘 틀어주라고 했는데...흑~흑~"
화를 진정시키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시은이가 말하는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동영상을 틀면 목록이 생기는데 동영상이 많다보니 밑으로 화살표가 생긴다.
그 화살표를 누르면 밑으로 내려가면서 영화의 순서가 바뀐다.
할머니가 병원갔을 때 '잠수함을 그려줘'가 세번째에 있었나보다.
똑같은 동영상인데 시은이 눈에는 '잠수함을 그려줘"가 세번째에 있지 않으니까 다른 동영상이라고 생각했나보다.
화살표를 움직여 세번째에 맞추고 다시 틀어주니까 울음을 멈추고 다시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옆에 우리 둘을 지켜보고 있던 시은맘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를 도리어 나무라며 시은이에게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어머니도 괜히 애를 야단쳤다며 핀잔을 줬다.
그리고 우린 서로 화해했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참...
이게...
거시기하네...
오늘 일을 겪으면서 소통이라는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말을 잘 이해한다는게 쉬운 것 같지만 잘못하면 오해의 시작이 되고 만다.
아이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부모는 마치 그게 맞는양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시은이의 눈높이로 내눈을 맞춰봐야 할 것 같다.
근데 시은아, 넘어갈건 좀 대충 넘어가봐라. 아빠가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