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은의 일기
방바닥에 물이 떨어져 있어서 화장지로 닦고선 휴지통에 농구를 했다.
슛~... 노골...
요즘 슛 성공률이 너무 떨어진다.
다리가 아프고 귀찮아서 옆에 책을 읽고 있던 시은이에게
"시은아, 화장지 좀 휴지통에 넣어줄래?"
궁시렁 거리며 책을 읽고 있던 시은이가 바로 한마디 한다.
'아빠가 했으니까 아빠가 넣어야지!"
ㅋㅋㅋㅋ 어찌나 잘 아는지...
딩동댕...그게 정답이다. 그렇지만 그냥 물러설 아빠가 아니다. 장난기 발동...
"아빠가 이만큼 키워줬으니 아빠가 부탁하면 이정도는 해줘야지."
그래도 여전히 딸래미는 물러설 기미를 안보인다.
"그래도 아빠가 넣어."
오늘도 딸래미한테 한방 먹었다.
이런 날이 올줄은 알았지만 너무 일찍 딸래미에게 시달리는 것 같아 서글프다.
가끔, 시은이가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같잖아서 헛웃음이 나올때가 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을까? 애늙은이도 아니고..."
내가 이렇게 키워놨으니 어떻게 할수도 없다. 그리고 시은이가 하는 말이 다 맞다. ㅋㅋㅋ..
내가 아빤지 시은이가 아빤지...
아빠가 모범을 보여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 하는데...
시은이는 너무 대쪽이다.
딸래미의 도덕성 수준은 이미 나보다 훨씬 높다. 완전 모범답안이다.
책을 읽어 주다가 잘못 읽으면 바로 지적한다. "아빠, 이거 잘못 읽었는데..."
차를 운전하다가 빨간불이나 노란불에 지나가면 "아빠, 왜 빨간불인데 지나가요? 아빠 정말 이상하다."
엄마에게 큰소리 치면 " 아빠, 또 신경질 낸다. 맨날 큰소리만치고..."
약속에 대해서도 어찌나 민감한지... 그냥 지나가다가 한 약속도 다 기억해 낸다.
"아빠, 이거 사준다고 약속했잖아."
이제 더이상 아빠의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다. 너무 빤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했던가?
"아빠가 했으니까 아빠가 넣어"라는 시은이의 말을 듣고 보니
평소 아빠의 도덕 점수는 늘 마이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
자기가 한일에 책임지는 사람...너무나 당연한건데 말이다.
시은이에게 정말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작은 일이지만 가정에서도 잘 안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떨까?
요즘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간의 도덕성 논란이 언론의 도마에 자주 오르내린다.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성의 기준은 이미 바닥을 헤매고 있다.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간음함 여자를 정죄하려는 무리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셨던 예수그리스도의 말씀이 생각난다.
바로 어린 아이들이 정답이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살아간다면 도덕성 논란은 더이상 없을 것 같다.
맞는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니까...
그렇지만 죄가 들어와 타락한 세상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시은이처럼 순수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정말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지금 시은이는 단순하게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또 세상과 얼마나 타협하며 살아가게 될까? 지금의 아빠처럼 말이다.
그렇게 쉽지 않지만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봤다.
도덕성이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늘 보고 계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섬뜩한지....
코람데오라는 단어가 갑자기 떠오른다.
"하나님 앞에서"라는 단어를 늘 생각한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쉽지 않은 세상, 더럽혀진 세상을 깨끗하게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시도...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인것 같다.
깨끗한 사회를 우리 후대에 남겨주는 것, 정말 중요한 일인것 같다.
쓰레기 버리는 작은 일을 통해서도 시은이에게 모범이 되는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