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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 [펌]미국의 '매카시즘'과 한국의 '명바기즘'
 오예    | 2009·04·21 11:56 | HIT : 3,365 | VOTE : 304

요즘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은 훈훈한 것이 드물다. 잠깐만 들어도 금방 속이 답답하니 밥 먹으며 보다가는 소화불량 걸리겠다. 그래도 뉴스가 끝나고 30초 정도 나오는 '클로징 멘트'가 이따금씩 막힌 속을 풀었다. 심해처럼 어두컴컴한 시대에 그나마 이따금씩 보게 되는 촛불 같았다. 거기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를 구사하는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밤, 신경민 앵커는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앵커의 인사권을 가진 엄기영 사장의 뜻이다. 엄기영 사장은 앵커 교체를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나 한편으로는 후임 앵커의 기준으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을 말하고 있어 신경민 앵커가 문화방송의 '공영성'에 흠집을 냈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나잇 앤 굿럭>은 매카시즘의 광풍과 정면으로 싸운 CBS의 앵커 에드워드 머로의 이야기다. 제목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세요(Good night, and good luck)"는 머로가 즐겨 쓰던 클로징 멘트.
ⓒ 섹션 에잇
굿나잇 앤 굿럭

그간 신경민 앵커가 정권에게 그리 친절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신경민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여러 차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현안을 종합 압축하여 속사포처럼 쏘는 솜씨가 기막혔다. 쇠고기 정국과 촛불시위,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방송법 개정, 미네르바 구속과 법원의 촛불배당, 용산 참사와 장자연 리스트 등 사회문제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명박 정부를 자꾸만 꼬집었다.

 

그래서 이번 앵커 교체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거듭했던 문화방송의 행보를 살피면 의혹설이 허황되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역사란 반복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에드워드 머로와 영화 <굿나잇 앤 굿럭>(2005)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을 두고 벌어진 닮은꼴 사건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1950년 미국의 '매카시즘' 2009년 한국의 '명바기즘'

 

  
MBC <뉴스데스크>를 하차하게 된 신경민 앵커가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자신의 마지막 방송을 마친 뒤 뉴스센터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신경민

에드워드 머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이다. 머로가 전설이 된 건 당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의 '빨갱이 사냥'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면서부터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은 바로 이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머로는 CBS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씨 잇 나우>의 메인 앵커였다.

 

그런데 1950년 2월, 공화당 상원의원 매카시가 느닷없이 "국무성에 공산주의자가 205명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뒤로 엄청난 '빨갱이 사냥'이 미국 전역에 밀어닥쳤다. 매카시에게는 아무런 근거가 없었지만 빨갱이 알레르기를 앓는 미국은 속절없이 선동에 빨려들었고, 서슬 퍼런 기세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이 모른 체하며 침묵했다. 바로 그때 에드워드 머로가 나서서 매카시의 광기를 비판하며 싸웠다. 이에 매카시가 머로도 빨갱이라고 모략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매카시의 논리를 살펴보면 간단하다. 머로가 지적하듯 '매카시 말에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도 저 논리가 바보 멍청이의 논리라는 걸 알 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면 무조건 좌파'라는 수구세력의 논리도 매카시와 다르지 않다. 신경민 앵커가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말을 하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경민 앵커가 좌파라는 증명은 되지 못한다.

 

역시 뉴스데스크나 문화방송이 좌편향되었다는 증명도 결코 되지 못한다. 그러면 이는 좌파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무식하거나 아니면 좌파를 정치적인 수법으로 쓰거나 둘 중 하나다. 아무래도 후자로 추측하는 것이 예의바른 일이겠다. 여기서 문화방송에 좌파 낙인을 찍는 수법은 무척 낡았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다. 59년 전 미국의 매카시처럼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여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가히 '명바기즘'이라 할 만하다.

 

국가권력에 침묵하는 것이 '공영성'인가

 

  
에드워드 머로와 그의 동료들은 정부의 탄압을 견디며 진실을 말했고 끝내 언론자유를 지켜냈다.
ⓒ 섹션 에잇
굿나잇 앤 굿럭

아무리 대단한 에드워드 머로라도 겁이 났을 테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골수 공산당원으로 몰려 끌려가는 시대였다. 매카시는 공포의 대왕으로 군림하고 있었고 밉보이다가는 목숨이 위험했다. 그러나 머로는 끝까지 언론의 양심을 지켜냈고 매카시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공포의 시대에서 잠깐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한 머로에게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머로에게 돌아온 것은 날벼락이다. CBS 방송국 사장은 광고가 끊겨 <씨 잇 나우>를 더는 방송 못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그 시간대에는 하하호호 웃는 쇼 프로그램이 대신 들어갈 것이다. 한 마디로 '뉴스 경쟁력이 없다'는 경제적 이유였다. 그러나 정국을 생각할 때 실상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머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줄담배만 연거푸 뻑뻑 피워댄다.

 

클로징 멘트는 앵커의 고유한 재량이다. 맺는 말을 문제 삼는 험악한 일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문화방송 엄기영 사장은 앵커의 공영성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듯싶다. 많은 보수신문도 문화방송이 공영성을 지켜주기를 한 목소리로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공영성이 과연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공영성이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방송이 공영성 있는 방송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이후 이명박 정부는 기습적인 압수수색 등 문화방송에 수차례 탄압을 가해왔다. 허나 방송이 공영성을 지키려면 외부의 자본이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을 행해야 한다. 언론을 흔히 '제 4부'라고 부르는 까닭을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이번 앵커 교체로 자칫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국가권력은 홀로 오롯할수록 파시즘에 가까워진다.

 

이명박 정부에게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을 권함

 

  
14일 오전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에 항의하며 전면 제작거부 중인 보도국 기자들이 '언론장악 획책하는 MB정부 각성하라' '정권에 굴복하는 앵커교체 취소하라' '보도국장 본부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신경민

양심을 따랐던 우직한 사나이 에드워드 머로. 93분 짜리니까 <굿나잇 앤 굿럭>은 조금 짧은 영화다. 그러나 에드워드 머로 역할을 맡은 데이빗 스트랜던의 고집스러운 눈매와 청산유수로 흐르는 말재간이 일단 대단하다. 조지 클루니 감독은 흑백화면을 택하여 당시 매카시의 자료필름을 그대로 썼는데 한층 생생한 화면을 만들었다.

 

가끔씩 들리는 재즈 선율과 흐늘흐늘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덧 심장이 쿵쿵 뛴다. 조명이 닿는 곳에는 흑백의 대비가 찌르듯 강렬하다. 영화는 에드워드 머로를 재현하여 오로지 양심과 진실의 힘을 '스트레이트'로 내지르고 있다. 누구나 봐도 피가 되고 살이 될 영화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에게 권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한국의 언론자유는 만신창이다. 한반도 바깥에서 봐도 그러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4월 2일자에서 한국 검찰이 문화방송 이춘근 PD와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체포했다고 알리며 이를 '광적 탄압병(Mad bullying disease)'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작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따져 세계 47위로 정했으며 최근에는 '감시 대상 국가'로 꼽은 바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에드워드 머로의 연설 장면이 나온다. 혼돈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한다. 국가나 법이 언제나 올바른 것은 아니다. 불의가 공권력을 빌려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언론은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텔레비전이란 그냥 바보상자에 불과하다. 언론의 진정한 힘은 '사실'에 머물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굿나잇 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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