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리그가 막을 내렸다. 2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수원 삼성이 우승했다. 포항의 마지막 키커 김병지선수의 슛이 이운재의 손에 막히자 수원쪽에서는 환희와 함성이, 포항쪽에서는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두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물론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겠지만....
경기에는 당연히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이지만 경기가 끝나자 왠지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차범근 감독이 우승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상태편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병지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어느팀을 응원해야 되나 망설여졌다. 또 이 두팀간의 경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두팀 감독이 모두 독실한 크리스챤 , 한국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고 있다는 공통점, 차범근 감독은 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을 풀고 싶었을 것이고 최순호 감독은 떠나야할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원한 라이벌 김병지 선수와 이운재 선수의 맞대결....
특별히 나에게는 차범근 감독과 김병지 선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다. 차범근 감독은 선수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기록하며 동양인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대표팀에서 A매치 121경기에서 55골을 터뜨린 부동의 골잡이였다. 차붐으로 통했던 그였지만 감독으로서는 순탄치 못한 길을 걸었다. 울산 현대를 지도할 당시 상위권에 있었지만 우승을 한번도 못했다. 그리고 98년 프랑스월드컵에 국가대표를 이끌었지만 네덜란드에 5:0으로 패하는 바람에 중도에 경질되는 아픔을 맛봤다. 그리고 중국의 프로팀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 올려 놓은 것도 어딘데....사이비 언론들과 축구협회 조머시기 일당들에 의한 횡포는 정말로....지금 생각해도 열받네...
항상 경기전에 기도하는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그,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항상 그가 잘 되기를 바랬지만 그는 정말로 많은 아픔을 겪었다. 몇년 동안 차범근 감독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정말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그는 14년에 만에 환희의 순간을 맞이했다. 역시 경기 중간 중간에 기도하는 모습이 TV카메라에 잡혔다. 기도의 사람 차범근 감독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귀하게 쓰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김병지 선수....난 누가 뭐라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골기퍼는 이운재가 아닌 김병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번의 실수로 히딩크 감독에 눈에 나서 이운재에게 주전의 기회를 뺏기고 말았다. 월드컵 내내 한번도 골문을 지키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던 그...
이번 결승전은 그 악몽 같은 기억을 조금이나마 날려버릴수 있는 기회였는데 안타깝게 되었다. 이민성 선수가 골대를 맞히는 바람에 수세에 몰렸지만 상태편 김진우 선수의 킥을 뛰어난 순발력으로 완벽하게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병지 선수...그동안에 맺혔던 한을 풀려고 한 것일까? 이운재 선수가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방향을 정하려 했지만 이운재 선수는 먼저 움직이지 않았고 순간 김병지의 발에 닿은 볼은 힘없이 굴러가 이운재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다른 키커가 찼으면 그래도 덜했을 것인데 본인의 실수로 인하여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후배 이운재와의 악연을 끊으려고 했을 것인데....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차범근 감독이 그러했듯이 아픔뒤에는 환희의 순간이 있는 법. 지금은 아프지만 이것을 기회로 '와신상담'한다면 김병지 선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올것이다. 김병지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경기를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