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참....너무 황당해서 한숨 소리 밖에 안
나온다.
'개같은 날의 오후'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오늘의 상황은 바로 이 제목이 딱이다.
아...영화와 똑같은 상황이 한가지 있다. 엄청더운 여름이
라는 것....
사무실에 몬생긴 개가 한마리있다. 이름은 '아름이' 고향은
서울이다. 원래는 연욱이형 서울 집에 있었는데 연욱이형이
자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데리고 왔나보다. 근데 이놈은 나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혼을 내기 때문... 그래서 나만 오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린다.
하여튼, 오늘 사무실에 산소가 갈람나무를 데리고 왔다. 난 열심히(?) 일을 하
고 산소는 열심히 비빔면을 끓이고...
연욱이 형은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갔다. 주인이 없어선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아름이...내 옆으로는 감히 오지 못하고 서성인다.
그리고 우리도 갈 시간이 되어서 나갈 준비를 했다. 내가 나가려고 챙기고 있
는 사이, 아름이가 나가는지도 모르고 산소는 문을 다 열어버렸다. 그리고 산소
의 말 "오빠, 아름이 도망간다"
난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름이를 불렀다. 근데 이녀석은 나에게로 올 생각은 않
고 미친듯이 온 도로를 휘저으며 뛰기 시작했다. 차가 오나 마나 마냥 달렸다.
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름이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뛰고 또 뛰었
다. 얼마 만큼 뛰었을까...어느새 나는 경찰서 앞까지 와 있었다. 우리 사무실에
서 경찰서 까지 뛰었다고 생각해보라. 온몸에서는 땀이 비오는듯..
드디어 아름이가 가로수 근처에서 잠깐 멈추는 것이었다. 쉬~를 하는 모양이
었다. 속으로 기도했다. '오! 주여~ 제발 도망가지 않게 해주소서.'
아름이는 나에게 목을 잡히고 말았다. 당장 이녀석을 끌고 갈 끈이 필요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끈이 없었다. 그래서 가방끈을 풀어서 묶었다.
상상해 보라. 그 더운 날씨에 그 멀리까지 마라톤을 하고 가방끈으로 개를 묶어
서 오는 나의 모습을....
돌아와보니 산소는 겁을 먹고 있었다. 아름이가 도망 갔으면 연욱이 형이 너
무 불쌍하다며 계속 기도 하고 있었단다....ㅋㅋㅋ
하여튼 오늘 난 1년치 운동을 다 해버렸다. 그후 아름이는 사무실로 돌아와
서 나에게 먼지 나도록 쥐어 터졌다. 너무 아프지는 않게...ㅋㅋㅋ
앞으로는 아름이를 이뻐해줘야 겠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