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세의 일기
요즘 내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평상시에도 큰데...이를 어째...
바로 우리집 작은딸 때문이다.
은세가 이제 많이 커서 수월해지긴 했지만 혈압이 상승할 때도 많아졌다.
은세의 호기심은 장난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만류에도 대처하는 잔머리도 생겼다.
부르면 대답도 안하고 제 할일만 계속한다. 아니면 안 하는척 하다가 조금 지나면 하는 센스...
시은이가 은세 나이쯤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니 시은이도 호기심이 많긴했다.
궁금한게 있으면 뚫어지게 쳐다본다든지 냄새에 민감하다든지...
근데 은세는 그 호기심을 직접 몸으로 체험해 봐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뭔가에 꽂히면 질리도록 하게 내버려둬야 한다.
은세의 그런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말리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근데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다.
이럴땐 손발 다 들고 항복해야 한다.
얼마전, 거제도에 갔을 때도 은세는 대단했다.
은세에게는 바다 물놀이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바다를 처음 접하면 좀 겁을 낼만도 한대 은세는 막무가내다.
좀 쉬라고 텐트에 데려다 놓으면 다시 물속으로 유유히 걸어간다.
데려다 놓으면 다시 들어가고 데려다 놓으면 다시 들어가고...완전 자동이다.
겁도 없이 혼자 물속으로 계속 걸어간다.
바다에 가면 진이 빠지게 노는 나이지만 은세 땜시 마음껏 놀지를 못했다.
(근데 시은세맘 말로는 나만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이게 어찌된건지..ㅋㅋㅋ)
맨발로 밖을 나가고, 신발에 집착하고, 쉴새없이 먹고, 목욕할때 물에서 안나오려 하고, 책을 빼서 온방에 산더미로 만들고(사실 시은세맘과 내가 하루중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책꽃는 일이 아닐까?), 엎지르기는 기본, 뭐든지 만져봐야 하고 안잡히려고 도망가는 질주본능까지...
하지 말라는 내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가지만 이게 바로 은세다.
그게 바로 박은세다.
내가 낳은 아이인데도 그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다투는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내 아이와 아내의 모습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타인들은 어떨까?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약한 부분들이 있는데... 참 못 받아들이고 사는 것 같다.
그 사람을 인정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다.
좀더 정직하게 말하면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고 작심한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을 좀더 정직하게 받아들여야겠다.
시은이는 시은이대로, 은세는 은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각 사람들은 각 사람들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