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가 쓴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에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덴마크 작가인 카렌 블릭센(필명:아이작 다네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이 쓴 작품. 80년대 영화화된후 컬트의 고전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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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동네에는 수염이 하얀 목사가 루터교의 한 금욕주의 분파 신도들을 이끌고 살아간다. 그들은 검소하고 경건한 삶이 하나님께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늘 까만 색 옷을 입고, 메밀 맥주를 섞은 물에 빵을 넣고 끓여 만든 묽은 죽을 먹는다. 주일이면 신도들은 목사의 집에 모여서 “내 본향 예루살렘 사모하는 그 이름” 같은 찬송만 부른다.
늙은 목사에게는 마르띤느와 필라파라는 아름답고 마음씨 착한 두 딸이 있었다. 두 자매 모두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 자매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엄격한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두 자매는 선뜻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두 자매의 아름다움은 외지에서 온 두 남자의 마음도 흔들어 놓는다. 두 자매도 그들 앞에 놓인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 앞에 마음이 설래이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의 노골적인 간섭으로 두 자매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사랑을 잃어버린 두 남자는 마을을 떠나고, 아름다운 두 자매는 독신으로 중년에 이르게 된다.
목사가 죽은 후 두 자매는 아버지의 소명을 이어 마을의 종교생활을 이끌어 간다. 그러나 목사의 엄한 통제가 없어지자 신도들의 관계는 극도로 나빠지게 된다. 남자 신도들끼리 사업상의 문제로 앙심을 품는가 하면, 어떤 남녀가 30년 간 눈이 맞아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돌고, 10년 넘게 말을 안하고 지내는 노파들도 있었다. 주일이면 예전에 부르던 찬송을 여전히 불렀지만 그나마 나오는 사람은 몇 안되고 음악에도 생기가 빠졌다. 그런 와중에도 목사의 두 딸은 변치 않는 신앙심으로 예배를 인도하고 마을의 노인들에게 빵을 끓여 대접했다. 두 자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왠지 쓸쓸하고 답답해 보이기만 했다.
어느 폭풍우가 치던 날 한 여인이 지친 모습으로 두 자매를 찾아온다. 바베트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두 자매의 하녀가 되기로 자청한다. 바베트는 지혜롭고 요리를 잘 하는 여자였다. 바베트가 마을에 온 이후로 마을은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느 날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어 만 프랑의 상금을 타게 되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된 바베트가 마을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섭섭해한다. 그런데 우연히도 바베트의 복권이 당첨된 때와 두 자매의 아버지의 100주년 생신 기념 잔치가 겹치게 된다. 바베트는 자기에게 우연히 생긴 커다란 재산을 가지고 탄생 100주년 기념 잔치에 마을 사람들에게 프랑스 정찬을 마련하겠다고 제안을 하고, 음식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된다. 바베트가 떠난 후 마을에는 다시 생기가 빠져나가 버린다. 시무룩해진 사람들은 부자가 된 바베트가 초라한 어촌 마을로 되돌아올지 반신반의한다.
사람들의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베트는 음식 재료를 잔뜩 사 가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기쁜 마음으로 바베트를 맞이한 사람들은 다시금 근심에 쌓이게 된다. 왜냐하면 바베트가 사 가지고 온 음식재료들 중에는 금욕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흉칙한” 것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100주년 기념 잔치는 다가오고 사람들의 걱정은 날로 더해간다. 바베트가 만든 요리를 먹어야 하느냐는 둘째 치더라도, 금욕과 경건을 통해 지켜온 마을의 순수성이 바베트 때문에 더럽혀질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탄생 100주년 기념 잔치 날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생일상에 둘러앉았다. 마을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과 걱정도 잠시, 바베트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프랑스 정찬의 감미로운 향기와 맛은 사람들의 굳은 마음을 서서히 녹여간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바베트가 차린 산해진미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던 벽을 모두 허물어 버리고, 잃어버렸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완전히 되돌려주게 된다. 오랜 시간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이 열리자, 노인들은 마음의 빗장 사이로 달빛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우물가에 빙 둘러서 손을 잡고 늘 부르던 신앙의 노래를 힘차게 부른다. 아이작 디네센은 "마치 모든 죄가 양털같이 하얗게 씻겨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어린양처럼 뛰노는 것" 처럼 느꼈다고 덧붙인다.
이어 바베트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방금 사람들이 먹어 치운 만찬에 당첨금 만 프랑을 단 한푼도 안 남기고 다 썼다고 것이었다. 그러고는 하는 말 "놀라지 마세요, 카페 앙글레에서는 열두 명이 제대로 먹는데 그만큼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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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은 단순히 멋진 식사 이야기가 아니라 은혜-베푸는 자의 부담으로 거저 받는 선물-를 비유로 쓴 것인것 같다. 바베트의 만찬은 단순히 요리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였다. 바베트는 은총을 잃어버린 사람들 속에 떨어졌다. 독실한 루터의 추종자인 그들은 매주 은총에 대한 설교를 들으면서도, 경건과 금욕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얻으려고 하였다. 검소하고 경건한 생활이 하나님께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믿으며 한 평생 살아왔어도, 그들의 마음 속에는 서서히 불신과 시기가 쌓여 갔다. 하나님을 보기 위해 금욕으로 자신을 단련시켜 나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은혜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은혜는 바베트의 만찬이란 형태로 찾아왔다. 그것은 받을 자격도 없고 값도 내지 않은 자들에게 베풀어진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진수성찬이었다. 은혜는 베푸는 자의 부담으로 값없고 조건 없이 거저 온것이다.
우리는 은혜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신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은혜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값없이 주어진 은혜에 감사하며 그 은혜에 합당하게 살아가야 할 터인데....
은혜없이 살고 있는 초라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깨닫고 그 은혜에 푹 젖어서 그렇게...은혜의 통로로서 아름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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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동네에는 수염이 하얀 목사가 루터교의 한 금욕주의 분파 신도들을 이끌고 살아간다. 그들은 검소하고 경건한 삶이 하나님께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늘 까만 색 옷을 입고, 메밀 맥주를 섞은 물에 빵을 넣고 끓여 만든 묽은 죽을 먹는다. 주일이면 신도들은 목사의 집에 모여서 “내 본향 예루살렘 사모하는 그 이름” 같은 찬송만 부른다.
늙은 목사에게는 마르띤느와 필라파라는 아름답고 마음씨 착한 두 딸이 있었다. 두 자매 모두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 자매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엄격한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두 자매는 선뜻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두 자매의 아름다움은 외지에서 온 두 남자의 마음도 흔들어 놓는다. 두 자매도 그들 앞에 놓인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 앞에 마음이 설래이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의 노골적인 간섭으로 두 자매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사랑을 잃어버린 두 남자는 마을을 떠나고, 아름다운 두 자매는 독신으로 중년에 이르게 된다.
목사가 죽은 후 두 자매는 아버지의 소명을 이어 마을의 종교생활을 이끌어 간다. 그러나 목사의 엄한 통제가 없어지자 신도들의 관계는 극도로 나빠지게 된다. 남자 신도들끼리 사업상의 문제로 앙심을 품는가 하면, 어떤 남녀가 30년 간 눈이 맞아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돌고, 10년 넘게 말을 안하고 지내는 노파들도 있었다. 주일이면 예전에 부르던 찬송을 여전히 불렀지만 그나마 나오는 사람은 몇 안되고 음악에도 생기가 빠졌다. 그런 와중에도 목사의 두 딸은 변치 않는 신앙심으로 예배를 인도하고 마을의 노인들에게 빵을 끓여 대접했다. 두 자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왠지 쓸쓸하고 답답해 보이기만 했다.
어느 폭풍우가 치던 날 한 여인이 지친 모습으로 두 자매를 찾아온다. 바베트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두 자매의 하녀가 되기로 자청한다. 바베트는 지혜롭고 요리를 잘 하는 여자였다. 바베트가 마을에 온 이후로 마을은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느 날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어 만 프랑의 상금을 타게 되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된 바베트가 마을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섭섭해한다. 그런데 우연히도 바베트의 복권이 당첨된 때와 두 자매의 아버지의 100주년 생신 기념 잔치가 겹치게 된다. 바베트는 자기에게 우연히 생긴 커다란 재산을 가지고 탄생 100주년 기념 잔치에 마을 사람들에게 프랑스 정찬을 마련하겠다고 제안을 하고, 음식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된다. 바베트가 떠난 후 마을에는 다시 생기가 빠져나가 버린다. 시무룩해진 사람들은 부자가 된 바베트가 초라한 어촌 마을로 되돌아올지 반신반의한다.
사람들의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베트는 음식 재료를 잔뜩 사 가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기쁜 마음으로 바베트를 맞이한 사람들은 다시금 근심에 쌓이게 된다. 왜냐하면 바베트가 사 가지고 온 음식재료들 중에는 금욕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흉칙한” 것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100주년 기념 잔치는 다가오고 사람들의 걱정은 날로 더해간다. 바베트가 만든 요리를 먹어야 하느냐는 둘째 치더라도, 금욕과 경건을 통해 지켜온 마을의 순수성이 바베트 때문에 더럽혀질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탄생 100주년 기념 잔치 날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생일상에 둘러앉았다. 마을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과 걱정도 잠시, 바베트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프랑스 정찬의 감미로운 향기와 맛은 사람들의 굳은 마음을 서서히 녹여간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바베트가 차린 산해진미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던 벽을 모두 허물어 버리고, 잃어버렸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완전히 되돌려주게 된다. 오랜 시간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이 열리자, 노인들은 마음의 빗장 사이로 달빛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우물가에 빙 둘러서 손을 잡고 늘 부르던 신앙의 노래를 힘차게 부른다. 아이작 디네센은 "마치 모든 죄가 양털같이 하얗게 씻겨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어린양처럼 뛰노는 것" 처럼 느꼈다고 덧붙인다.
이어 바베트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방금 사람들이 먹어 치운 만찬에 당첨금 만 프랑을 단 한푼도 안 남기고 다 썼다고 것이었다. 그러고는 하는 말 "놀라지 마세요, 카페 앙글레에서는 열두 명이 제대로 먹는데 그만큼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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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은 단순히 멋진 식사 이야기가 아니라 은혜-베푸는 자의 부담으로 거저 받는 선물-를 비유로 쓴 것인것 같다. 바베트의 만찬은 단순히 요리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였다. 바베트는 은총을 잃어버린 사람들 속에 떨어졌다. 독실한 루터의 추종자인 그들은 매주 은총에 대한 설교를 들으면서도, 경건과 금욕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얻으려고 하였다. 검소하고 경건한 생활이 하나님께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믿으며 한 평생 살아왔어도, 그들의 마음 속에는 서서히 불신과 시기가 쌓여 갔다. 하나님을 보기 위해 금욕으로 자신을 단련시켜 나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은혜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은혜는 바베트의 만찬이란 형태로 찾아왔다. 그것은 받을 자격도 없고 값도 내지 않은 자들에게 베풀어진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진수성찬이었다. 은혜는 베푸는 자의 부담으로 값없고 조건 없이 거저 온것이다.
우리는 은혜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신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은혜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값없이 주어진 은혜에 감사하며 그 은혜에 합당하게 살아가야 할 터인데....
은혜없이 살고 있는 초라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깨닫고 그 은혜에 푹 젖어서 그렇게...은혜의 통로로서 아름답게 살고 싶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