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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 서 있다 - 최효경
나는 광야에 선
해바라기가 되고 싶다.
해를 닮은 자아를 이루기 위해
나는 이제
의심과 열등의 구부린 등을 펴고
욕망과 나태의 접순을 잘라내고
과거의 괴로움으로부터 고개를 쳐들자
담대하게 해를 바라보자
주야로 따갑고 두려우나
광야에는 늘 바람이 불고
별이 빛난다.
드디어 꽃을 피운다.
이겼다!
그러나 곧 소나기가 따귀를 때리고
우박이 시야를 가린다.
큰 바람은 나로 휘청거리게 하고
우레와 폭풍우가 나를 뽑아버리려 든다.
목숨만 부지하고 섰는 나에게
죽음의 태양빛은 쪼아 내린다.
사망의 착각과 평안 속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열매맺은 해바라기 되어
광야에 서 있다.
바람과
별과 함께 …….
해바라기
사진가:
오예
*
http://kasua.namoweb.net/
등록일: 2004-06-10 16:40
조회수: 1672 / 추천수: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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