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세의 일기
시은이가 어린이 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집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침 일찍 나가서 오후 늦게 집에 오니...이걸 출퇴근이라고 해야 하나? ㅋㅋㅋ
그래서 우리와 함께할 시간도 상대적으로 줄어 들었다.
처음에는 저도 피곤했는지 집에 와서 해야 할 것들을 건너뛰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좀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시은이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변화는 항상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일지 가늠을 못하고 있다.
지금은 시은이와 저녁시간을 잘 이용해 보려고 노력중이다.
근데 은세 때문에 쉽지가 않다. 언니가 하는 것은 다 따라해 보려고 하니 난리가 아니다.
저녁식사를 한후 시은이랑 같이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근데 아무리 주위를 뒤져도 풀을 찾을수가 없었다.
나 : 시은 엄마, 풀 못 봤어?
시은세맘도 여기 저기 뒤지더니
시은세맘 : 풀이 없는데요.
나 : 시은아, 너 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시은 : 여기 있었는데 안보이네요.
우리가 한참동안 '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은세가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더니
갑자기 책꽂이 쪽으로 휑~
뭔가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풀을 찾아서 들고 오는 것이었다.
책꽂이에 있던 상자속에서 찾았나 보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는데 신기할 따름...
은세에게 풀을 받아들고 우리 셋은 할말을 잊어버렸다. 웃음만 나올뿐...
우연이라 하긴엔 좀 그렇고 우리의 대화를 다 알아듣고 가져왔다고 하기도 좀 그렇고...ㅋㅋㅋ
우리 셋은 은세를 보고 한참동안 웃고만 있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풀어야할 문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다른 곳에서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한번에 해결 되는 상황들...
한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해결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는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기도가 답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