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은의 일기
오랜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날이었다. 원래는 25일날 진료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하루 빨리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었다. 과연 오늘은 우리 온유(태명)를 만날 수 있을라나...내진하시던 선생님 왈 "입원해도 되겠다 벌써 20%나 열려있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긴 했지만 막상 입원 하라는 말에 얼마나 떨었던지 ㅋㅋ
분만실엔 핸폰도 가지고 갈 수 없단다. 분만실 앞에서 오빠랑 한참동안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홀로 분만실로 비장한 각오를 하고 들어갔다. 그 때가 오후 5시 10분쯤이었다.
3명의 산모가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 고통중인 산모는 없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7-8명 되는 간호사들이 나의 주위를 둘러싸고는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관장에 면도까지 30분 가량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잠시후 닝겔주사를 맞았고 촉진제까지 맞고 나니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보호자 면회시간만 기다려졌다.
드디어 면회시간.. 그때까진 약간의 아픔이 있긴 했지만 오빠랑 농담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11시 면회시간이 오기전에 꼭 온유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면회시간이 끝나고 8시 10분쯤 양수를 터트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참을만한 아픔이었다. 8시 30분쯤.. 그동안 참았던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실습생들이 보기 안스러웠는지 허리며 다리를 주물러주었지만 큰도움이 되진 않았다.
9시... 한계에 다다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출산의 고통이구나'하고 생각될 뿐 아픔의 강도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9시 30분쯤 드디어 힘주기를 해보잔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골반이 많이 좁기 때문에 힘도 많이 줘야하고 진통이 올 때 맞추어 힘도 잘주어야 한단다. 남들은 3번 힘주고 애 낳았다는데 나는 1시간 30분가량 힘주기를 했다. 숨이 끊어질 만큼 숨을 참았다가 힘을 주었지만 애기가 잘 내려오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심호흡을 잘못해서 아기가 숨을 못쉬고 있다고... 산소호흡기를 꽂았다. 눈물이 났다. 내가 아픈것도 그랬지만 나때문에 힘들어 하는 온유에게 미안했다.
이대로 가면 아기가 위험하다고 한다. 그 아픈와중에 심전도검사를 한다며 온몸에 이상한 걸 꽂았다. 정말 아파서 미칠 것 같았는데 검사해야하니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 상황에서 안 움직이고 견딜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너무 아파서 검사 안하겠다고 소리 질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다. 그래서 또 울었다. (알고보니 아기가 위험해서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급하게 검사를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진통하는 걸 오빠는 알고 있을까? 진통할 때 오빠가 밉진 않았지만 나의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자꾸만 생겼다.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없음이 그저 아쉬울 뿐...
그렇게 힘들게 진통하다 드디어 11시. 침대가 옮겨지고 있었다. '이제 분만대가 있는 곳으로 가는구나...' 생각하니 좀 참을만 했다. 근데 간호사왈 "몇 번 시도해보고 안되면 수술해야 한다고.. 애기가 숨을 못쉬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이렇게 아프게 진통했는데 수술이라니.. 말도 안된다. 그래서 분만대로 옮겨져서는 더 열심히 힘을 주었다. 근데 갑자기 의사가 간호사를 보호자에게로 보낸다. 왜그런지 물어볼 틈도 없이 계속 힘주기를 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아픔의 강도가 더 커지고 나도 모르게 "아악~"하고 기절할 만큼의 소리를 질렀다.
"축하합니다. 11시 9분 딸입니다."
정말 애가 나왔다는 말인가?... 순간 나의 배 위에 아기가 놓여졌다. 골반이 좁은탓에 흡입분만을 했단다. 기계로 머리를 잡아당겼으니 애기 머리가 우주인이 되었을거다. 근데 애가 울지를 않는다. 탯줄도 두 번이나 감고 나왔는데다가 숨을 잘 못쉬어서 그렇단다. 얼굴을 보기도 전에 빨리 신생아실로 데리고 간다. 애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흑흑흑 내가 심호흡을 잘못해서 그렇구나...하고 생각하니 또다시 눈물이 났다. 조금 있다 간호사가 다시 와서는 2.4kg 밖에 안된다고 둘째 낳을땐 수술하라고...
30분가량 뒷처리를 하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잠시후 오빠가 들어왔고 살아서 만날 수 있어 감사했고 수술의 순간까지 갔지만 무사히 순산하게 되어 감사했다. 오빠를 볼 때만 해도 참았는데 좀 있다 들어온 엄마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흘렀다. 엄마 앞에선 차마 말 못했지만 엄마도 날 낳을 때 이렇게 아프고 낳았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엄마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정말 그땐 죽을 것 같고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아픔이었지만 이렇게 귀한 시은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게끔 기도해준 많은 동역자들과 울오빠. 무사히 모든 시간을 보내게 도우셨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우리 시은이가 이 다음에 커서도 때를 따라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이 순간부터 함께 했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